보티첼리의 ‘나스타조 델리 오네스티 연작 4편’(2)
1483년에 보티첼리는 보카치오의 『데카메론』 ‘다섯 번째 날 여덟 번째’ 이야기를 4점의 연작으로 그렸다.
그러면 제3화와 제4화를 살펴보자.
# 제3화
매주 금요일마다 라벤나의 해변 키아시에서 나체의 여자가 말 탄 기사에게 쫓겨 개에게 물어뜯기는 장면을 목격한 나스타조는 이를 이용할 생각을 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자기의 친척들과 자신의 온갖 구애에도 거들떠 보지 않은 대귀족 트라베르사리 가문의 딸과 그녀 가족들을 금요일에 키아시 해변 소나무 숲으로 초대하여 연회를 벌였다.
초대된 사람들은 성대한 식사와 거창한 연회를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나체의 젊은 여자가 칼을 든 백마를 탄 기사에게 쫒기고 사냥개에게 공격당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를 지켜본 사람들은 아연 질색했고, 접시가 깨지는 등 연회장은 난장판이 되었다. 이들은 금요일 하루종일 말 탄 기사에게 쫓기는 젊은 여자가 벌이는 끔찍한 장면을 목격하였다. 이윽고 나스타조는 연회 참석자들에게 이 비극적인 이야기의 결말을 자세히 알려준다.
한편, 그림 왼편에는 나스타조가 사랑하는 여인의 하녀를 만나고 있다. 하녀는 나스타조에게 여주인이 눈앞에 벌어진 광경에 느끼는 바가 있어 나스타조의 사랑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전한다.
그런데 소나무 숲의 왼쪽 소나무에는 푸치 가문의 문장이, 중앙의 소나무에는 메디치 가문의 문장이, 오른쪽 소나무에는 비니 가문의 문장이 붙어 있다. 메디치 가문의 위대한 자 로렌초는 푸치 가문과 비니 가문을 맺어준 중매장이였다.
이처럼 보티첼리의 그림에는 연회장소를 둘러싼 구성, 호화롭게 차려놓은 식탁의 묘사, 상세한 외모 표현들이 독특하다.
# 제4화
그림 제4화는 나스타조의 결혼식이다. 장엄한 고전풍 주랑 현판에 개선문으로 마무리한 건축물 앞에서 나스타조는 결혼식 연회를 벌인다.
나스타조와 그의 신부는 오랫동안 최고의 행복을 누리고 산다.
그림 속의 인물과 가구의 배치는 당시에 피렌체에서 열린 결혼식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 그림에도 가문의 문장이 새겨져 있다. 푸치 가문의 문장은 왼쪽에, 메디치 가문은 중앙에 그리고 비니 가문의 문장은 오른쪽에 있다. 연회 참석자 중 몇몇은 실존 인물이다. 신랑의 아버지 안토니오 푸치는 3화에서 메디치 문장 아래 묘사되어 있으며, 4화에서는 오른쪽 앞에서 세 번째 인물로 나타난다. 그의 오른쪽에 있는 인물은 아마도 ‘위대한 자 로렌초’일 것이다.
한편, 보티첼리는 이 연작을 그리기 위해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일명 인곡(人曲)』을 숙독하였을 것이다. 아울러 보티첼리는 1480년-1490년에 단테의 『신곡(神曲)』에 대한 삽화도 91장이나 그렸을 정도로 이탈리아 르네상스 문학에 심취했다.
조르조 바사리(1511-1574)는 『미술가 열전』에서 “섬세한 기질을 타고난 보티첼리는 심혈을 기울여 단테의 『신곡』 ‘지옥’편을 도해하여 인쇄했으며, 다른 작품 제작은 모두 그만두고 오랜 시간 그 일에 매달린 나머지, 생계가 곤란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썼다.
(참고문헌)
o 도미니크 티에보 지음 · 정희숙 옮김, 보티첼리, 열화당, 1992
o 바르바라 다임링 지음 · 이영주 옮김, 산드로 보티첼리, 마로니에북스, 2005
o 실비아 말라구치 지음 · 문경자 옮김, 보티첼리, 마로니에북스, 2007
o 조반니 보카치오 · 박상진 옮김, 데카메론 1,2,3 권, 민음사, 2021
o 조반니 보카치오 · 한형곤 옮김, 데카메론, 동서 문화사, 2007,
o 키아라 바스타 외 지음 · 김숙 옮김, 보티첼리, 예경, 2007